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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놀이가 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은 생각

선택의 자유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상점은 어떤가요?


이런 말을 종종했었다. 

"나는 언젠가 서점을 열고 싶어

그냥 이것저것 여러 권의 책을 파는 서점 말고, 일주일이나 월단위로 책을 한권 소개하고  

그 책과 관련된 주제로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말이야. 

가끔 사람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좋아, 책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가 모이는 어느 한적한 동네의 조용한 서점이면 좋겠어."

그런데 일본에 내가 생각했던 그런 컨셉의 서점이 있단다. 

책을 주제로 독자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는 그런 서점. 

'몰입'이라는 테마를 이렇게 비즈니스와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구나. 



[원문: 트렌드인사이트 http://trendinsight.biz/archives/41638]

현대 사회는 정말 다양한 물건이 너무나도 빠른 시간 안에 생산되는 시대이다. 근대 사회에서 처음 백화점(百貨店)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소비생활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백화점(百貨店)이라는 말 자체에서 느낄 수 있듯이,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상품 구매 범위를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 구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여러 종류의 상품을 구비해놓는 것이 좋은(쇼핑하기 편한) 상점이 갖춰야할 미덕이라고 판단해왔다.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일수록, 구매에 대한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물건이 있는 곳에서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들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정을 할 것이다.

  1. 수많은 카테고리의 제품 중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2. (만약 물건을 골랐다면)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한 가지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소비자는 두 번의 결정을 할 수 있다. 수많은 물건 중 특정한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과, 그 물건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모두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수많은 제품에 대한 ‘선택의 자유’ 를 갖는다. 하지만 그 대신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얼마나 ‘몰입하여 생각’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상점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상점의 크기나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곳에 머무르며 무언가를 구매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때문에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상점에서 쇼핑을 한다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상품 하나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즉, 소비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많이 갖는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는 상대적으로 적게 갖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점은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선택권이 많을수록 좋은것일까? 봐야하고 고려해야 할 대상이 많을수록 고르고 선택하는 데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정작 구매하는 제품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는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의 자유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일본의 한 서점 Morioka Shoten Ginza는 대부분의 서점과는 다른 영업 방식을 갖고 있다. 이 서점은 일주일에 단 한 종류의 책만 소개하고 판매한다. 대부분의 서점이 얼마나 다양한 카테고리의 수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홍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책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책 판매와 함께 책과 연관된 예술 전시도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일주일에 단 한 종류의 책만 소개하고 판매하는 이유는, 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독자와 책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morioka shoten1

morioka shoten2

Morioka Shoten Ginza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인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키웠다. 이 서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 곳에서는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철저히 판매자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이 서점에서 독자들은 다양한 책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 대신, 단 한 종류의 책과 관련된 전시에 대한 몰입권을 갖는다. 그리고 그러한 몰입의 과정 끝에 과연 그 책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하나의 상품에 몰입하기보다는 첫눈에 반해서 사게 되는 인스턴트식 소비가 많아지게 된다. 반대로 Morioka Shoten Ginza처럼 다소 극단적일 수는 있지만 선택지를 확 줄이고, 고객에게 몰입권을 주는 곳은 그만큼 상품과의 교감을 통한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무엇을 사는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함으로써 충동구매나 인스턴트식 소비처럼 단순히 소모적인 활동에 그치지 않게끔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판매자에게는 좀 더 큰 책임감이 부여된다. ‘무엇을 팔 지’ 선택하는 데에 대한 책임감이 판매자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들이 몰입할 수 있을 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소비자 경험, 제품에 대한 몰입을 통해 이뤄낸다면?>

*1 shop 1 product

1 shop 1 product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처럼 특정한 상품에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싶다면 1 shop 1 product를 해보는 건 어떨까? 최근에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팝업스토어 마케팅 역시 많은 제품과 현란한 디스플레이때문에 정작 어떤 제품을 포커싱하는지 고객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대신 특정한 점포에서는 한 가지 상품만 만나볼 수 있게 함으로써 방해물없이 고객이 제품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을 이용한 몰입의 자유

상품 자체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디지털로도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Morioka Shoten Ginza의 경우,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객들을 하나의 책에 집중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형식을 디지털로 구현한다면 어떨까? 의류 브랜드 샵의 경우, 피팅룸을 통해서 구매하고 싶은 제품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혼자만의 시간을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서점이나 생활용품 등의 경우, 단순히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공간만 있다. 물론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1 shop 1 product를 조성하는 데 리스크가 따른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하나의 제품에 대해 깊게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든다면 1 shop 1 product의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