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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놀이가 되다 /학습과 조직에 대한 통찰

여성리더_우머노믹스

일하는 엄마가 성공해야 나라도 발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앞두고 ‘우머노믹스’ 확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한다. 여성 대통령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역대 대통령의 공약이 헛공약이 많았던 점을 살펴보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여성들이 이제 정계는 물론 경제계까지도 장악할 태세다. 국내 30대 기업들은 예년보다 여성 임원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이 경제권을 가지는 ‘우머노믹스’의 시대다.

‘제3의 물결’의 저자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여성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지식경제사회에서는 경쟁 정복 파워를 속성으로 하는 남성 리더십보다는 부드러움과 조화, 희생, 공감, 배려를 갖춘 여성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대량생산과 냉전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산업화시대에는 남성적 리더십이 요구됐으나 21세기는 여성적 리더십이 더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여성의 리더십을 확대하기 위해 2017년까지 여성인력 10만 양성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한국은 여성 전체 인구 중 50%에 못 미치는 인력이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0년 전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은 왕성해졌지만 경제활동에서의 여성은 아직 미미한 존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허드렛일이나 하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보니 여성인력에 대한 차별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정규직 비율이 47.3%로 고용의 질적인 측면도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대졸이상 여성 고학력자 취업률은 62.1%로 역시 OECD 평균 82.6%보다 크게 차이가 있다.

 

30대 대기업 내 여성임원 수도 그동안은 형편없이 저조했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에서 여성임원을 대폭 확대했다는 발표를 내놨지만 전체 임원현황에서 보면 턱없이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여성임원 30% 확대’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놓은 상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졸 여성 신입사원 비율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하지만 중간 및 고위급 관리자 비율은 꼴찌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유렵 17%, 미국 15%, 중국 8%에 비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여성 CEO 비율도 유럽 10% 미국 14%에 비해 한국은 2%라는 초라한 수치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제조·도매업·금융·사업서비스 분야의 기업 2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관리자 패널조사’ 보고서(2010년 기준)를 보면,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7%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07년 당시(1.5%)와 비교해 크게 늘었지만, 노르웨이(39.5%)나 미국(15.7%)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아직 우리사회가 ‘유리천장’이 두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민재 여성경제인인협회 회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서는 기득권층이 쳐놓은 보이지 않는 천장을 찾아서 깨는 용기와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며 “수치상으로만 우먼파워 사회로 여성인력을 규제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도 “한국은 수치상으로만 우먼파워사회로 금융권이나 일반기업에서 아직도 차별받는 여성들은 헤아릴 수 없다”며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이 존속율도 높고 부도율도 적어 책임경영에 나서는 여성CEO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EU집행위가 현재 14% 수준인 회원국 기업들의 여성 이사 비율은 더 끌어올리기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EU집행위는 ‘여성 이사가 있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영업 이익이 56% 더 높게 나타났다’는 매켄지 보고서를 근거자료로 제시하기도 했다.

재계에 거센 ‘女風 회오리’

재계에도 여성CEO의 바람이 거세다. 대기업 총수들은 실적이 좋은 여성임원을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려 기업들은 방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대폭 확대된 인사를 적용해 여성임원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취임 만 10년째이던 1997년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에세이에서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치 바퀴 하나는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셈”이라며 여성 인재론을 폈다. 이 회장은 또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성 임원 승진자를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이 회장은 “지금은 여성인력 채용 비율이 30% 정도이나 앞으로는 이 비율 더 높여 나갈 것”이라며 “우리 그룹은 여성인력이 발휘하는 능력 덕을 잘 보고 있는데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라고 밝혔다.

 

최근 3년 이래 삼성의 여성인력은 사이 삼성의 여성 인력이 임원으로 올라간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여성임원 비율 1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8월 여성임원들과 오찬에서 “여성임원들이 최고경영자가 되어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 4월에도 “앞으로도 여성인력을 중시하겠다.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해 동안 해외에서만 3만여명의 여성을 채용하는 등 여성인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 대졸 여성 채용 비중도 2009년 19%에서 작년 27%까지 늘었다. 이러한 삼성의 변화는 이건희 회장의 세심한 배려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워킹맘 육성지시에 삼성전자는 워킹맘을 위해 경기 수원과 서울 서초 사업장을 포함, 총 6개 사업장에 1900명 정도의 어린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 ‘디지털시티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 어린이집’은 2012년 6월 기준 보육 정원 600명, 건물 연면적 9240㎡(2800평)으로 전국 최대다. 1996년 정원이 94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6년 만에 6배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워킹맘을 위해 원격근무제를 도입, 화상회의 시스템 및 수유실 등이 설치된 ‘스마트워크센터’를 서울과 분당에 구축해 운영 중이다.

 

삼성의 변화에 힘입어 재계에는 여성인력 확대 노력이 활발하다. 보수적으로 소문난 LG그룹에도 ‘여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02년 신입여사원과의 간담회에서 “업적과 능력이 탁월하다면 남성과 여성에 구별없이 합당하게 보상하고 과감하게 발탁할 것”이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 중에서도 임원은 물론 CEO도 여러 명 배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인사에서 LG그룹은 창립 이래 첫 공채 출신 여성 전무를 배출하는 등 여성 인력을 승진,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LG생활건강 이정애 전무와 김희선 상무, LG디스플레이 김희연 상무, LG유플러스 백영란 상무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여성임원 1명이 신규선임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기 임원 승진 인사에서 채양선 기아차 전무, 백수정 현대캐피탈 이사, 김원옥 현대엔지니어링 이사대우를 임명했다. 현대차그룹이 한꺼번에 3명의 여성 임원 승진 인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 전무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그룹에서 랑콤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2010년 기아차로 이직했다. 입사 후 참신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기아차를 사상 최초로 글로벌 브랜드 톱 100에 진입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은 최명화 현대차 상무와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 김혜경 이노션 전무 등을 포함해 6명의 여성 임원을 두게 됐다.

SK그룹에도 첫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SK이노베이션의 강선희 지속경영본부장 겸 이사회사무국장이 그룹 최초 여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SK그룹과 정유업계의 새 역사를 썼다. 이로써 SK그룹은 700여 명의 임원 가운데 12명이 여성 임원으로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