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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놀이가 되다 /인생에 필요한 영감

폴리테이너 2.0


정치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초기 폴리테이너 시대를 지나 `폴리테이너 2.0` 시대가 왔다는 분석도 있다.

`폴리테이너 2.0`은 정치 사안을 매개로 연예인과 일반인들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발달로 연예인이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대화의 대상으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주진우, 정봉주 등과 김제동, 공지영, 김미화, 김여진 씨와 같이 정치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메시지에 열광하는 걸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의 발달 이후 사람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범주가 광범위해졌다고 평가한다.

제도권 정치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SNS로 연예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도 이것을 정치행위로 여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1987년 이후 예외 없이 지속돼 왔던 투표율 하락이 이명박 정부 이후에 반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과거처럼 정당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당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소통은 과거엔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는 특정 장소에서 이뤄지거나 정치적 메시지가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정보사회에 접어들면서 트위터, 블로그 등 가상공간을 이용한 양방향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대중들이 폴리테이너들을 자신의 메신저로 삼아 정치적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정부, 정당이 정치 행위자였지만 이제는 폭넓은 시민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 주체가 됐다"며 "정치세력, 계급이 따로 있어 자신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대화가 새로운 정치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과거처럼 제도권 정치에 관여하는 정치인은 오히려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언론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시민이 종전에는 TV 시청에 소비하던 여가시간을 보다 `의미있는 일`로 돌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브리태니커 사전이 못해냈던 업적을 달성한 참여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단적인 예다. 그는 이것을 1조시간을 가진 새로운 대중의 탄생으로 불렀다.

그는 책에서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대면접촉의 붕괴를 염려하지만, 세계에서 유선 및 무선 연결이 가장 잘된 서울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디지털 도구는 대인접촉과 실제 세계활동을 통합 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기술했다.

폴리테이너의 열풍은 제도권 정치인들을 자연스럽게 위축시켰다. 지난달 30일 열린 나는 꼼수다 콘서트 3부에는 게스트로 정동영ㆍ이정희ㆍ김선동 의원, 최재천ㆍ심상정 전 의원이 참석했다. " `나는 꼼수다`가 부르면 정치인 누구라도 달려간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한ㆍ미 FTA 비준안이 통과된 지난 23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손학새`라고 표현한 트윗을 리트윗한 뒤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며 비아냥댔다. 민주당은 24일 이용섭 대변인 명의로 `적절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공씨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런데도 공씨에게 더 이상 `해명` 요구를 하지 못한 채 슬그머니 덮어버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안철수ㆍ박원순 바람을 타고 이들이 대표적인 정치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분간 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폴리테이너 열풍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폴리테이너들이 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많아 오히려 진보와 보수 간 대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검증된 제도권 언론과는 달리 이들의 주장이 `카더라식` 루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테이너의 등장으로 정치가 감성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폴리테이너들도 자신의 말이 주는 영향력을 깨닫고 보다 논리적인 접근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윤 기자]

[WEEKEND 매경] 국내 폴리테이너 1세대는 지금

- 짧은 정치 접고 대부분 본업 복귀

`폴리테이너`의 등장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탤런트 홍성우 씨를 시작으로 배우 최무룡, 강부자(14대), 코미디언 이주일(15대), 배우 이순재, 최불암, 정한용, 가수 최희준(15대), 배우 신영균(15~16대), 배우 강신성일(16대) 등이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밖에도 문화부 장관으로 입각한 영화감독 이창동, 배우 김명곤 등도 넓게는 폴리테이너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덕화 씨는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문화예술지원단` 멤버 자격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각종 유세를 지원하기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정당들에 연예인은 끌어안기 1순위가 된다. 연예인이 가진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당의 지지도와 선거 흥행에서 재미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폴리테이너들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폴리테이너들이 정치인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짧은 정치 생활을 접고 `본업`으로 돌아온 경우가 많다.

배우 이순재 씨는 14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15대 총선에 낙선하고 연기 생활로 돌아왔다. 그는 현재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까지 누비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원로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8년의 정치생활이 나에게 의미 있는 기간이었지만 무척 힘들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부자 씨도 일년에 너댓 편의 연극과 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정치를 했던 시기보다 무대에 서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불암 씨는 15대 국회에 전국구 의원으로 진출했다 16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는 당시 지역주민들이 "당신을 좋아하지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표를 안 줬다"고 회상한다. 강신성일 씨도 정치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드라마에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다. 역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영화감독 이창동, 배우 김명곤 등도 현업으로 복귀해 활약하고 있다.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탓에 `폴리테이너`의 정치 생활이 순탄한 것만도 아니다.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입각해 최장수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몇 차례 감정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슬기 기자]

서구에선 연예인 정치참여 일상화됐지만…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버락 오바마 후보와 존 매케인 후보가 맞붙은 선거열기만큼이나 연예인들의 지지후보 지원전도 활활 타올랐다. 토크쇼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어셔,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조지 클루니는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에 맞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과 캘리포니아주지사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은 매케인 후보를 밀었다.

미국 정치판에서 연예인 스타들이 특정 후보 공개 지지를 하는 정치활동은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영국에서도 육식 금지 운동을 펼친 폴 매카트니, 기아문제 해결에 나선 밥 겔도프 등 가수와 배우들의 사회 참여나 정치활동은 낯설지 않다. 배우 글렌다 잭슨은 노동당에 입당해 하원의원 등을 지냈고, 코미디언 에디 이자드도 노동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프랑스에서 국민배우 이브 몽탕과 알랭 들롱이 각각 좌ㆍ우파를 대표해 선거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펼치는 연예인은 매년 우리 돈으로 3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오프라 윈프리다.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정치참여와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천문학적인 부를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는 자신의 이미지가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오바마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로 지금도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행사에 단골손님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윈프리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해 오바마의 자서전을 대대적으로 소개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내기도했다.

세계 최고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수많은 화제를 뿌리는 만큼이나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지난 9월 24일 자신의 14세 팬 제이미 로드마이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1000만명이 넘는 트위터 폴로어에게 왕따를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 다음 날 그녀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을 위한 모금행사에 나타났다. 그녀는 대통령 연설이 끝난 직후 질의ㆍ응답시간에 수년간 왕따를 당하다 자살한 팬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가에게 "고맙다"고 화답했고, 가가는 그 순간에 트위터에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왕따는 없어져야 한다. 우리 세대는 이를 없앨 힘이 있다"고 적었다. 이후 CNN방송은 미국 전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왕따 실태에 관한 특집기획 방송을 내보냈고, 백악관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연예인들이 자연스럽게 정치ㆍ사회이슈에 개입하고 나서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서구에서는 정치가 이념 도구가 아닌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토론이나 회의진행 등 정치 참여와 관련한 정규교육이 이루어져 누구든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다양한 가치를 표방한 정당들이 출현해 연예인들의 주장을 수용해 줄 수 있는 여건도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를 용이하게 해 준다.



# 중,고등학교때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강요되면서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취업을 준비할때는 PT, 토론 등의 다양한 면접 방식을 통해 
 자유로운 의견 개진 및 수용에 대한 중요성을 내세운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이런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또 돈을들여 면접학원 등을 전전하며
 자신만의 방식과 철학이 아닌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형화된 모듈로 가공되어 진다. 

 유명인의 정치적 참여에 대한 대중의 열광과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지적은
 아무래도 자유로운 토론문화에 대한 대중의 갈망과 그런 것에 익숙치 못한 대중의 정치적 참여에 대한 두려움에서 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