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졌다. 날씨가.
신경이가 한국에 들어올때는
연두빛 신록이 풀어진 6월이였다.
그 사이,
한 여름밤을 불태우던 어느 클럽안에서의 뜨거움이있었고,
불타는 뙤약볕아래 무성한 마늘을 잘라내던 정성스런 손길이 있었다.
쏟아져내리는 비에 무심하게 하늘을 쳐다보는 표정과 한숨이 있었고,
그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생그레한 얼굴과 눈망울도 있었고,
이윽고 고개를 내민 햇살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설레임이 있었다.
그리고 서느러진 공기가 이내 볼을 스치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고 했던가.
하늘이 높아지고, 구름의 모양이 바뀌고, 밤이 일찍 찾아오고, 귓가에 스치는 공기가 차가워지는 동안,
그 사이에,
일도 사람도 이성도 감정도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서서히 물들어져갔다.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나는 그러한 공간에서 얼만큼 자유와 힘을 키워왔을까?
아니, 그러한 자유와 힘을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을만큼의 능력이 되었을까.
그렇게 해서 선택되어진 나만의 반응이, 성장과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막연했던 개념에 대한 인식은 명확해지는 반면,
그러한 개념에 대한 전달은 오히려 조심스러워 진다.
욕심같아선,
단어 하나만 툭 던져놓아도 누군가는 모든 걸 알아서,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동스캔하여 A부터Z까지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경이가 곧 출국한다.
짧은기간 동안 내가 선택한 반응을 그저 아무 거부 없이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준 유일한 사람.
미안하다, 사랑한다. 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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