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Scene of Christmas

따뜻한 담요를 덮고

따뜻한 영화를 보다가

흔들의자에 스르륵 잠이 들어 버린다.

나는 그 옆의 푸욱 꺼지는 쿠션에 세상에서 제일 편한자세로 기대어 있었다.

아침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벽난로에서는 조그마한 화톳불이 아른거리고

그위의 창밖에서는 펑펑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귀한 축복을 확인하며

조그마한 창을 살짝 열고 하아- 하며 입김을 확인한다.

그리곤 주방의 커피포트에서 따스하고 달콤한 커피를 내려서 한손에 쥐고 내려오면

한켠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는 한가득 선물이 쌓여있다.

그 선물에 하나씩 정성스레 달려있는 크리스마스 카드.

그 카드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성스럽게 열어보면-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이네요. 오늘도 함께라 행복합니다. 당신의 xxx로부터-"

요런식의 멘트.

 

그럼 난 내 침대곁에 있는 그녀의 웃고있는 사진을 확인하고  입을 맞춘 후

전화기를 손에 든다.

몇번의 전화벨 소리후에 이제서야 잠에서 깬듯한 졸린 목소리.

난 나즈막한 목소리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그녀를 잠에서 깨운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대화.

"우리 어디서 볼까? 내가 그쪽으로 데리러 갈게~이쁘게 옷입고 준비하고 기다려-"

 

곧바로 샤워실로 들어가

면도크림을 바른 후 거울을 보고 활짝 웃어보인다.

기분좋은 샴푸와 바디로션으로 샤워를 한 후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마지막엔 빨간 모자와, 빨간 목도리, 그리고 조그마한 담요를 챙긴다.

그리곤 한손엔 그녀에게 전해줄 선물을 들고-

 

그녀의 집앞에 도착하기 100미터전 멀리서부터 보이는 그녀의 모습

두리번 두리번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이내 스산한 공기 사이로 입김을 내 뱉는다.

꽤나 스산한 날씨 탓인지, 그 갸냘픈 몸 때문인지, 유난히 추위를 잘 타서 그런지.

팔짱을 끼고 양손으론 자기 몸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와락-

볼에 키스를 한 후

난 곧바로 빨간 모자와 목도리를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따스하게 씌워준다.

목도리를 돌돌돌 말아가며 장난도 치곤한다.

"많이 기다렸어? 왜 나와서 기다렸어. 날씨도 추운데... 자 가자. 타세요, 공주님-"

 

내 차는 89년형 폭스바겐 비틀.

세월이 말해주듯 어찌보면 남루한 차 이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덜덜덜 엔진소리도,

차안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잡지와 신문들도,

그리고 쿠션과 곰인형도,

차안의 무엇하나 그녀와의 추억이 깃들여지지 않은것이 없다.

 

파란 폭스바겐은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하얀 도시를 빠져나가고

때 마침 함박눈이 그치고 구름 사이 파랗게 내민 하늘에서 햇살을 비추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빌딩숲과 한강에 기분좋은 빛이 퍼지고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살포시 선물을 건넨다.

 

반짝이는 마음안에 반짝이는 그와 그녀가 반짝반짝 웃고 있었다.

 

 

*

  사실 크리스마스가 설레이는 이유는

  12월 24일 창밖에 펼쳐져 있을 눈이 오는 풍경과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과 발걸음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때까지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어떠한 인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나 역시 위와 같은 몽상에 가까운 환상을 가지고 있다.;;

 

  제길. 이게 다 젠장맞은 러브액츄얼리 탓이다.

  로맨틱코미디영화의 시즌이 돌아왔다.

 

- 2008.11.01 에 썼던 글. 
  3년전이나 지금이나 내 상황과 환상은 똑같구나.ㅋㅋ



'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되어져 있는 것  (0) 2012.01.03
'익숙함'에 대한 고찰  (0) 2011.12.30
용기 (111030)  (0) 2011.11.15
그 사이 (111018)  (0) 2011.11.15
그곳 (110930)  (0) 20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