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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이끄는 삶

스티브잡스 사진전(부제: 인생의 혁신을 찾아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은 

인생의 주체로서의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세상을 바라보며 홀로 서있는 객체인 나를 자각하게 된다.    



오랜만에 홀로 찾은 사진전, 

이유없이 휴가를 내고 연결되지 않은 생각들을 머리속에 가득 안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볼만한 전시회가 뭐가 있을까, 이것저것 스마트폰에 검색어를 치면서 뒤적이다가 

발견한 건 "스티브잡스 사진전"


본인이 세상에 내놓은 제품 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가 '혁신'의 대명사로, 롤모델로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간 스티브잡스. 


그가 나에게도 영감을 주어 

내 머리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잘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연결할 수 있는 힌트를 안겨줄 수 있을까 싶어서

모처럼 혼자 사진전을 찾았다. 




아무도 없는

평일 오후의 사진전, 

조용히 앉아 생각하며 깊이 있게 사진 하나하나를 감상하고 

스티브잡스가 이야기 한 삶과 일에 대한 철학에 집중하기 좋았다. 





오늘 가장 인상깊었던 말, 

조직에서도 일을 할 때 늘 목적에 따라 새로운 방법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금까지 늘 해왔던대로, 혹은 시키는대로만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름대로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내게 주었던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는 '성장'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어떤 성장 포인트를 가져갈 것이냐'  

성장은 변화를 수반하기에 매 순간 업무에 있어서 변화를 주기 위해 고민했었다. 

때로는 성장과 변화에 대한 열정이 자칫, 

함께 일하는 동료나 밑에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기도 하였는데

혁신이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니, 

성장과 변화에 대한 나의 삶 자체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조금씩 내게도 중압감 대신 약간의 가벼움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와 함께 찾아오는 불확실함은 그 정체와 달리 너무나 확실하게도 내게 두려움을 밀어넣고 있다. 

스티브잡스는 죽음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고도 이야기했었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생각할 때, 인간은 겸허해진다.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고민과 불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불확실함,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삶 자체도 불확실함의 연속이 아니던가.

매일의 불확실함 속에서 매 순간마다 

다양한 선택을 통해 수만가지의 감정과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정작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일 것이다. 


가장 확실한 명제 앞에서 인간은 가장 겸손해질 수 있고, 

이를 받아들였을 때, 마침내 자유해질 수 있다. 


스티브잡스는 어쩌면 이러한 인생의 명제를 

삶 속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고 순간을 살아간 사람일지 모르겠다.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IT기업을 다니고 

훌륭한 복지를 누리며 좋은 연봉을 받는 것은 

내게 있어 일의 성격과 의미를 논하고 난 후, 그 다음의 문제이다.  


와이프와 기분좋은 데이트를 하고 꿈과 미래를 나누었던 날들,   

잠들기 전 '오늘도 뭔가 근사한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이, 

같은 목적을 바라보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치열하게 과정을 탐구하고 결과물에 대해 논의를 하였을 때 

설령 그 일이 실제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잠들기 전 '오늘 뭔가 근사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였다. 


반면에,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목적없이 방황하고 있을 때,  

잠들기 전 '오늘도 뻘짓 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점점 소진되었다. 


혁신은 결과물이나 성과를 바라본다고 오지 않는다. 

혁신의 첫 걸음은 '변화를 하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 어떻게 의미를 정의하느냐' 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근사한 일인가?'

적어도 내게 있어 근사한 일에 대한 판단 기준은 

'성장과 배움의 포인트가 있는 일인가?'이다. 


만일 개인을 넘어서 조직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 조직이 생각하는 근사한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바로 변화와 혁신의 시작일 것이다. 


또 다른 세상을 앞에두고 홀로 서 있는 나를 스스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묻는다. 


'어떠한 근사한 일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