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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놀이가 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은 생각

25년 후 삼성은 어떤 모습인가

 

 

이건희 삼성 회장은 25년 동안 전 세계를 통틀어 전자 분야 최후의 승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년간을 보더라도 소니 노키아 애플 등 슈퍼 4강전에서 승리했다.
현재 애플과 스마트폰 기술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고 있지만 전세는 삼성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분간 삼성 독주를 막을 기업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회장은 25주년 기념사에서 "헌신한 임직원에게 감사한다.
역사에 남을 초일류 기업 삼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간단한 인사말만 전했다.

정상에 오른 여유가 느껴지지만 험난한 미래에 치열하게 맞서자는 도전의식은 강조하지 않았다.
수많은 기업들이 정상에 올라섰을 때 긴장을 늦춰 약화됐던 게 기업 부침의 역사다.

이 회장은 적절한 시기에 GE 등 세계적인 기업처럼 또 한 번 미래 비전을 내놓을 것이다.
국민은 삼성 브랜드가 대한민국 브랜드를 능가할 정도로 성장한 데 자부심을 갖는다.
삼성이 25년 후 더 확고한 글로벌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미래상을 유쾌하게 상상하며 즐거워할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미래로 나아가는 삼성이 최소한 세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 시장을 선도(move)하는 창조자로 안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25년간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로 부강해질 수 있었지만 어느덧 앞에 서 있는 자가 없다.
미국 유럽 중국 기업들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위치다.
애플에 삼성이 위협이었듯이 이제 정상의 삼성을 누구나 겨눈다.


둘째, 사업의 다이내미즘을 더 확장해 달라는 것이다.
듀폰과 GE는 지난 10~20년간 주력사업을 60% 이상 교체했다.
핵심사업의 취사선택을 탄력적으로 전개하면서 기업 역량을 극대화해온 것이다.
삼성전자도 모바일이나 낸드플래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20년가량 획기적인 신수종을 캐내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며 모바일이 그룹 이익에서 70% 이상을 점유하는 모습은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다.

셋째, 공유가치창출(CSVㆍcreating shared value) 이론을 뉴삼성웨이로 뿌리내린다면 한국 경제와 문화 수준을 동시에 높일 것이다.
마이클 포터가 주창한 CSV 모델은 2011년부터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아 기업의 사회적 역할(CSR) 개념보다 상위에 위치했다.
국내의 동반성장 개념을 뛰어넘는 정신이다.
양극화 해소와 지속 가능성 면에서도 협력업체나 중소기업 생태계를 크게 살찌운다는 점에서 삼성은 한국 경영의 뉴노멀로 전파해 주었으면 한다.

삼성 임원들은 이 회장을 필두로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 경제위기와 맞서고 있다.
이 회장은 천재경영의 전형(典型)이지만 그룹 매출액 400조원을 바라보는 현 단계에선 원맨 의존도를 분산할 필요성이 높다.
창의력, 열정, 실패를 자산화하는 포용력으로 삼성의 스코프를 더욱 크게 확장해야 한다.

 

/매일경제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