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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놀이가 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은 생각

4자성어로 본 4대그룹 화두

"난관을 극복해 뜻한 바를 이루자." 국내 대기업에 새해는 '승풍파랑(乘風破浪)' 의지를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뜻으로 2013년 계사년(癸巳年)에 딱 맞는 말이다.


뱀은 교활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재생(다시 살아남)'의 의미로도 많이 거론된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잠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나타나 성장할 때 허물을 벗기 때문이다.


새해 역시 기나긴 경기 침체의 허물을 벗고 대기업들도 비상을 꿈꾸는 해가 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 이에 매일경제신문은 '뱀의 해' 계사년을 앞두고 4대그룹 상황에 걸맞은 사자성어를 선정해 그룹별 새해 경영 화두를 짚어봤다.



■ 得全全昌…자만하지 말고 혁신


<득전전창 : 일을 도모할 때 만전을 기해야 번창한다>


삼성그룹의 내년 경영 화두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득전전창(得全全昌)'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한나라 때 일이다.


매승이라는 문인이 한나라 오왕에게 올린 상소문에는 '득전자전창(得全者全昌) 실전자전망(失全者全亡)'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무릇 일을 도모할 때 만전을 기하는 사람은 완벽한 성공과 번창을 이루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패해 망한다는 뜻"이라며 "득전전창은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에서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삼성의 내년 움직임이 딱 이렇다.


삼성은 올해 삼성전자를 앞세워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늘 주문한다.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 있다면서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쉴 새 없이 주문하는 이 회장의 경영 행보는 매사에 만전을 기하는 '득전자'의 자세다.



삼성 '컨트롤타워'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도 업무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내년은 이 회장이 신경영을 제창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로 삼을 방침이다.



■ 水滴穿石…제2 품질경영 시동


<수적천석 : 물방울이 돌도 뚫는다>


현대차그룹의 새해 경영 화두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자성어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다.



'물방울이 돌도 뚫는다'는 뜻이다.


송나라 나대경(羅大經)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서 유래됐다.



중국 숭양 지방을 다스리던 장괴애가 관청 창고에서 엽전 하나를 훔친 하급 관리를 체포했다.



그를 잡아놓고 곤장을 치려 하자 지켜보던 여러 관리들이 "그까짓 엽전 하나 때문에 중벌을 내리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이를 듣고 장괴애는 크게 화가 났다.


"하루에 엽전 한 냥은 천 일이면 천 냥이 된다.


물방울이 돌도 뚫는다.


" 결국 곤장으로 끝날 것을 장괴애는 문제의 관리를 사형시켰다.



현대차는 올해 '연비 과장' 논란과 벨로스터 선루프 파열 등 적지 않은 문제에 직면했다.


다행히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방심하면 언제 다시 더 큰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정 회장은 "새해엔 품질경영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그 가치를 더욱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 품질경영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되 이전 품질에 안주하지 말고 수준을 더욱 높여가자는 것이다.


기본, 즉 초심을 잃게 되면 사람이든 조직이든 나태해지게 마련이고, 그것이 지속되면 시련과 위기가 닥쳐온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뜻이다.



■ 開物成務…시장선도·사업개척


<개물성무 :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목표를 이룬다>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달 전 계열사 업적보고회를 진행하면서 강조한 것은 '글로벌 시장 선도'였다.


1등 LG를 향해 신발끈을 다시 조여맬 것을 주문한 것이다.


구 회장은 "경기가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면서 "여러 개 또는 최초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성과주의를 반영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재도약을 위해 전 사원이 마케터로 똘똘 뭉쳤다.



이처럼 새해 달라지는 LG그룹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개물성무(開物成務)'다.


주역에 나온 말로 '만물의 뜻을 열어 천하의 사무를 성취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아직 모르는 곳을 개발하고 이루려는 바를 성취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는 LG그룹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등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하는 모습과 닮았다.


구 회장은 최근 △상품 서비스ㆍ완성도 제고 △과감한 적기 투자 △미래 승부 기술 발굴 △핵심 인재 확보 등 네 가지 실천사항을 주문한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새해에는 LG의 시장 선도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의지가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同心同德…위기극복 위해 단결


<동심동덕 : 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쓴다>


내년에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는 SK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을 새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중국 고서인 상서(尙書) 태서편(泰誓篇)에 나오는 이 말은 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쓰고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SK 관계자는 "구성원 모두가 일치단결해 기업가치 300조원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심동덕은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최근 발간된 그룹 사보에서 내년도 SK케미칼 경영 방향으로 제시한 화두이기도 하다.


이후 김 부회장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됨에 따라 그룹 차원의 경영 화두로 격상됐다.



2013년은 SK의 '위원회 경영' 실험이 본궤도에 오르는 해다.


최근 SK그룹은 계열사 자율 경영 및 위원회 중심 의사결정을 핵심으로 하는 '따로 또 같이 3.0' 경영 체제를 확정했다.


그룹을 대표해온 최태원 회장은 SK(주) 등 본인이 대표로 있는 계열사 경영에 매진하고 그룹 차원의 주요 의사결정은 수펙스 추구협의회와 산하 5개 위원회에서 이뤄진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수펙스 추구협의회 의장으로 계열사 간 조정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다음달 2일 신년교례회 주재를 시작으로 그룹 수장으로 공식 데뷔한다.



[황인혁 기자 / 남기현 기자 / 강계만 기자 / 노원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