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Last scene이 종종 수년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내며 마무리 되는 경우가 있다. 신경이와 나, 그리고 할머니와의 만남이 그랬다.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드디어 우리는, 만났다. 그동안 머리속으로 몇번이나 상상하던 할머니와의 조우는, 지리산 자락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큼 차분했지만 애처로웠다.
주사로 멍든 손은 핏줄이 터질듯 부어올랐고, 백발과 피부의 주름살은 세월의 무상함을 전해주었다. 순진해진 할머니의 눈끝에 걸린 자그마한 이슬속에 아련하게 지나간 시간의 씁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모질게 다짐했던 굳은 마음들도 지리산 자락의 빗소리에 조금씩 쓸러내려 조심스럽게 할머니의 손을 매만진다.
지나간 시간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의 상처에 치유의 기름을 쏟아붓는 것.
폭풍처럼 격정적인 상황과 감정들로 으스러진 마음밭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용기를 세워주는 것.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랑.
사랑, 사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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