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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성숙'을 위한 1보 전진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해마다 이맘때쯤 지나간 한 해의 일을 반성하고 지난날 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여 생각해보노라면, 철없던 사춘기 시절 때 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더없이 빨라졌음을 느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변화라기 보다는 변덕 이라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우정과 사랑에 대해서도, 세상의 이치에 있어서도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물 다섯 무렵의 그 시절이었는데 스물 여덟이란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 시간, 나는 오히려 나와 그리고 내 또래의 사람들이 안고 있을 법한 모든 문제와 환경에 대해 나의 생각과 주장을 내세우기가 상당히 버거워진다. 이것은 아무래도 나보다 훨씬 삶에 대한 깊은 경험과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고, 각자의 존재는 환경과 상황에 의해 자신 나름대로의 철학과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 시절(물론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지고 있던 내 가치관과 행동 양식들이 시간이 지나 바뀌거나 방향성이 틀어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삶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을 변화혹은 변덕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삶을 대하는 태도의 성숙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성숙이라는 것을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과 점점 닮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았을 때, 올 한해는 다만 1센티미터 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조금은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 참으로 감사한 한 해였다. 

먼저, 스스로 인내할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커진 기분이다. 올 한해는 여러모로 인내심을 요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까이는 취업의 과정 하나하나부터 관계에 있어서의 기다림, 선택의 길에 있어서 노력과 고민...... 성취와 기쁨을 위해서는 인내와 순종이 뒤따른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해 나가면서, 그리고 인생의 고민과 선택에 있어서 눈앞의 마시멜로를 좇지 말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사명을 좇아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둘째, 지식과 앎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도 기분 좋은 변화이다. 단순히 전공지식이나 시사상식 같은 세상사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삶을 좀더 긍정적인 자세로 대하는 시각이라던가, 더욱 유쾌하고 건강해지는 인간관계를 키울 수 있는 방법 이라든지 하는 소프트 스킬과 관련된 지식도 있고, 서로 관련이 없는 객체를 연결시켜 상호간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과 관련된 지식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지식과 앎이 너무나 모자라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이야기들을 어떻게 연결시켜 적소적시에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지 그 활용조차 유연하게 잘 할 수 없는 부족함을 안고 있지만, 관심분야를 정리∙ 보관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습관이 이어진다면 훌륭한 스토리 텔러(Story teller)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시야와 지경(地境)이 넓어짐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에 관해서 생각해보고 나름대로의 좀 더 명확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의 사고와 가치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앞서 말한 대로 사고의 확장과 전환에 따른 성숙일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단순히 스스로의 활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타인의 상황과 입장에 대해 고려하는 배려로, 상황에 대해 더욱 사려 깊게 대처할 수 있는 현명함으로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작은 소극장에서 조조 영화 한편을 보았다. ‘로큰롤 인생이란 제목의 영화로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음악을 통해 삶의 의욕과 열정을 추구하고 그들만의 도전을 이루어낸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평균나이 81세의 노인들로 죽음과 맞닿아있는 고단한 삶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열정을 통해 두려움과 공포에서 해방되어 각자의 자아를 완성해가고 있었다. 영화를 본 후, 인생의 노년기는 결국 열정이 식어감에 따라 늘어나는 주름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고 내가 가진 젊음에 대한 감사와 도전을 갖게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 역시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좌초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열정을 좇아 영혼의 주름살이 패이지 않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풍요로움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으로 더 큰 넉넉함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유태인들의 성공은 바로 그들이 불려지는 이름에 그 비결이 나와 있다고 한다(You 太 人). 나는 유태인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을 높임으로 내 자신의 행복을 찾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의 여정 속에서 인생이란 상자를 열어갈수록 그것이 감사한 일이 가득 쌓인 보물상자임을 알게 되는 행복한 여행자이고 싶다.

 

                        

                         - 입사 전 과제 [나의 꿈과 미래, 그리고 나의 다짐]


2008년 12월, 입사전 과제로 작성했던 글.
그때의 다짐과 지금의 소망이 달라지지 않았음에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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