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전.
중학교 때 늘 붙어다니던 친구,
아니,
그저 친구라고 하기엔 녀석에 대한 내 마음속의 거리가
다른 사람과의 거리와 달라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그저 친구라고 하기엔 녀석과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가 퇴색해지는것 같아서
친구라는 말과는 다른 말을 녀석에게 붙여주고 싶을 정도인-
비록 대학 입학 이후
긴시간 연락이 닿지 못했지만
늘상 가슴 한구석에 그 녀석의 존재감을 품고 살았던-
친구 S가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이미 4년전에.
故 서OO 4주기 추모 예배
친구 이름앞에 붙어있는 故라는 한자어가
낯설었다. 화가 났다. 거짓말 같았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친구의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녀석에 대한 애틋함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담담하고 담백하게 풀어낼 수 있으시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눈물로 채우셨을까.
그 시간 동안 녀석의 외로움과
애통했던 그분들에 대해 무심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십계명중에 하나에 '살인하지 말라'는 명이 있다.
비단 이 말은 흔히 생각하는 법적으로 육적인 살해를 저지르지 말라는 의미는 아닐게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사람에 대해 무관심 혹은 증오의 마음을 갖고 있다거나
그 사람을 이 세상에서 없는 사람 취급해버린다면
그것은 영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인생에서 잠시동안 이 친구를 죽였었다.
지금껏 내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지우고 죽였던 관계들은 얼마나 될까.
철없던 시절,
나와는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괜한 자존심 내세워 밀쳐낸 어릴적 친구들,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더이상 인연이 아니라며
시간을 촉매제 삼아 지워낸 여자친구.
내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다며 차가운 눈길로 고개를 돌려 밀어낸 타인들.
이젠 기억속 잔상도 남지 않고
저멀리 스멀스멀 잊혀지는 인연들.
시간이 흘러 내 마음이 평안해지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런 관계속에서 교훈을 찾은듯이
완벽한 해답을 얻은 듯이 내 마음을 위안했다.
더 이상 내 방식대로 사람을 지우고 죽여서
상실의 슬픔을 느끼기 이전에
좀 더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내가 되고 싶다.
타인의 마음을 만지는 내가 되고 싶다.
타인의 마음을 덮는 내가 되고 싶다.
이제서야
조금은
사랑하는 방법을 알 것 같다.
_ 2010년 2월 14일에 썼던 글.
벌써, 어느덧... 아련한 기억이다.
애독자의 요청에 의해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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