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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되어져 있는 것



신입사원 교육 기획안을 보고 회사에서 후배가 이야기한다.  

"대리님이 경영학을 전공한 것이 부럽습니다. 저는 요새 제 머리속에 있는 내용을 어떻게 표현해 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신입사원 교육안은 내가 거의 두달동안 붙잡고 있었고, 얼마전에 겨우 팀장님께 보고를 마친 내용이었다. 

직무과정을 새롭게 도입하는데다가 연초에 대규모의 조직개편으로 사업구조가 어떻게 될지 몰라
꽤 오랜시간 시행착오를 반복하였더랬다. [신입사원 교육 기획(안)_VER] 파일이 VER7 까지 나올만큼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현업부서, 회사 전체의 조직 구조 등을 놓고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 모른다.

공통교육 같은 경우도,
교육과정 Block Schdule만 놓고본다면, 여느때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교육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난번 본부 교육 시 역량모델링에 대한 공부를 한 이후로, 이번에는 역량모델링을 기반으로 교육계획을 수립해보자고 하여,
회사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를 시작으로 한 사고가 기반이 되어 교육과정을 도출하였다.  

"김주임, 김주임은 이제 앞으로 내가 공유하는 파일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의 사항에 대해서 하다못해 이메일 하나를 받더라도 '도대체 왜 그럴까?" 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해.
내가 준 교육 기획안을 볼때에도 단순히 교육 전체적인 프로세스나 진행사항만 볼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교육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력을 가질 필요가 있어."

이러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나는 김주임과 업무를 보는 안목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갓 이름앞에 대리 라는 직함을 달은, 그것도 교육업무에 대해서는 1년밖에 되지 않은 풋내기 실무자 이지만,
내가 그동안 경험하고 얻은 노하우와 철학을 녹여 후배가 그것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해를 구하며 전달하였다.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내용의 실행이라는 것은  
'의사결정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 라고 정의하며,
 의사결정의 가능성과 나의 철학 그 사이에 지속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여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다라는 이야기로 매듭을 지었다.   

입사 한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김주임은 벌써
본인의 철학과 의사결정, 그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나의 입사 1년차를 생각해보면,
그러한 관점은 생각도 못한채, 고민하고 계획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쳐내기에 바빴던 한해였던것으로 기억한다.  

높은 산을 오를때에,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산 정상으로 눈을 돌린 채, 등산로를 오른다면 그 길은 참으로 힘겹고 험준한 길이 된다.  
하지만 일정한 보폭으로 느린 걸음이지만 동행하는 사람과의 대화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긴다면
그 길은 생각보다 평탄하고 쉬운 길이 된다. 그러한 길을 걷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른채 산 정상에 도착해져 있다.

때때로 많은 순간속에서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져 있는 것'임을 느낀다. 
  
치열한 고민을 하는 것은 실력 향상의 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