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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분노와 회복


분 노 



요즘 내 마음속의 키워드이다.


가족이 함께 살게 되고,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찰나 


무엇때문인지 내 안에 아직 치유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훈련되고 다듬어져 이제는 꽤나 인격적으로 괜찮은 사회인이 된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난 아직 스물다섯 시절의 나와 별반 다를바 없는 어린애였고, 


순간의 감정에 깨지기쉬운 자아를 가진 약하고 속좁은 소인배였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안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친 너무 다르게 생긴 또 다른 나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하였고, 실망하였다.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또 다른 내가 저쪽에서 낄낄 거리듯 


후회와 자책의 그림자가 비웃음소리와 섞여 빠르게 밀려오곤 했다. 



같은 마음을 부드러운 표정과 말투, 자연스러워 보이는 행동으로 잠시동안 다스려왔지만


스스로 여기저기 걸쳐놓은 교만한 기준과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다시 기름을 부을때면 


어김없이 다시 일어나 땀과 노력으로 길러온 건장한 나무를 한 순간에 앙상하게 불태우듯  


갈기갈기 관계와 마음을 찢어놓고 어지럽히고 만다. 


그리고 난 후, 이건 내가 한게 아니라 너가 한거라고,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아빠지고 추악한 또 다른 내가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다.



난 이제 전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겸손과 온유, 절제는 최근 몇 년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소유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선물이다.


오직 그 열매를 구하기에 힘쓰고, 


내 스스로와의 만남을 통해 그 친구가 분노할 때 마다 더욱 꼭 안아주는게 필요할 것 같다.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그래도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다고. 


회복은 변화가 아니라, 원래의 상태로 돌려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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