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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인생의 소망 열매

기업의 인사팀에서 잠시 근무를 하며 채용과 교육 업무를 해보았다는 이유로, 최근 몇 년간 이맘때쯤 되면 몇몇 후배들이 그들의 진로와 비전 문제에 대해서 내게 상담 신청을 해오곤 한다. 이제 막 스물다섯을 전후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고민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부푼 꿈을 안고 설레임으로 가득 차야 마땅할 미래가 오히려 두려움이 되고 그 과정은 아픔이 되는 것이었다. 매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통적으로 내가 해주고 있는 이야기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 시간들을 통해서 나를 알아야 한다라고 조언을 해준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역시 알 수 없는 미래와 채워지지 않는 현실로 - (약간의 세상살이 경험을 통해 세상에서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과 역할의 영역을 보았기에)- 어쩌면 후배들보다 더 무거운 고민과 압박을 짊어지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삶에 대한 그러한 짐은 인생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필연적인 과정이며 그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 속에서 나온다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섭리라는 것이 늘 모순과 같아서 스스로를 비워내야 채워지고 버려야 얻어진다는 진리를 알게 된 것은 내게 매우 값진 선물이다.

 

 가족이 스무살 때 중남미의 과테말라 라는 나라로 이민을 간 이후로 현재까지 10년 이상 한국에서 혼자 지내온 내게 자주적인 사고와 독립심은 필연적이었다.  이러한 나의 환경과 사고가 철없던 시절에는 종종 이기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좋은 스승 및 귀한 친구들과의 관계와 깨어짐 속에서 깨우침을 얻게 된 신앙의 영향 등으로 20대 나의 모습을 돌아보노라면 감사할 것들로만 채워진 것 같다   

 

인생에서 다양한 선물들을 받았지만, 가장 귀한 선물 하나를 꼽으라면 성숙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성숙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사회와 문화에 따라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시야와 지경(地境)의 확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실과 슬픔 뒤에 따라오는 감정의 변화와 그를 통한 극복의 과정을 통해 명확한 가치관이 정립되고, 이를 통해 타인의 상황과 입장을 공감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 그러한 시야는 타인을 고려하는 배려와 현명함으로 활용되어 사람을 담는 그릇을 넓힌다. 또한 성취와 기쁨을 위한 필요조건은 인내와 순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야와 지경의 확장을 통한 귀한 깨달음의 선물일 것이다.

 

인생에서의 소망은 성숙의 과정이 가져다 주는 선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 맺는 열매라고 생각한다.  절망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겸손함, 상실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소중함, 기쁨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감사함이 모든 것이 자양분이 되어 소망이라는 열매를 키운다.

 

나의 소망 열매는 매일매일 현재진행형이다. 조그마한 열매들이 매일같이 맺고 떨어진다. 하지만 떨어진 열매들은 또 다른 자양분을 만나 다시금 더 큰 열매를 맺는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 열매들은 계절이 바뀌듯 그때그때 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맺혀질 것이다. 다만 이 소망 열매들을 잘 가꾸어 결실을 맺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현재 살아가는 감정을 폭넓게 경험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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