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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토로 (吐露)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만큼 더욱 날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 생긴다.

 

늘어만 가는 생각은 누군가와의 만남의 시작조차 어렵게 하고,

스스로를 객관화 시켜 한걸음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작은 행동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요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추구는

삶을 길게 늘어뜨려 생각하는 조금의 여유와

삶의 우선순위를 분별하는 탐탁치 않은 통찰력을 허락해주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보통 생각과 기준대로 따르지 않는 내가

가끔은 별종인가 싶기도 한 의구심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사고의 전환에 따른 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스스로에 대한 삶의 방식과 행동 양식을 바꾸며,

때로는 괴리감으로부터 오는 좌절감과 상처를 안겨주기도 하였고,

그것들이 행여나 나의 현실에 대한 직시성과 삶을 바라보는 이상적인 시선에서 부터 오는 것은 아닌지, 

문득 혼자라고 느낄때면 그런 회의감이 몰려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에워싸는 고독감과 회의감에서 발버둥을 치며 어떻게든 그것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나는 매순간마다 다시금 나로 부터 떨어져서 나를 바라본다. 

사람의 삶, 인생을 바라본다. 인생 너머의 죽음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삶의 목적을 바라본다, 나의 흔적들을 바라본다.

나의 지금을 바라본다. 그리곤 다시, 내일을 생각한다.   

 

삶의 모든 결정의 기준은 결국 죽음, 그것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가.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의 삶이 결국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참된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분별할 수 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살아간다고 이야기 하기엔, 청춘의 그릇이 너무 작아보이고,

세상에 커다란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해 삶에 충실히 살아간다고 이야기 하면, 현실감이 떨어져보인다.

 

깊어지면 어려워지는 법이기에, 때로는 진리를 안다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수갑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진리를 아는 지혜가 내게 허락되었기에, 매번 무너지고 넘어지면서도 '두발 물러나면 세발 더' 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진리냐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 명확한,

그리고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한.) 

 

지금까지 돌이켜보았을 때, 결국 삶이란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배우면서 지식을 확장시키고,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법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사람을 담는 그릇을 키워나가고,  사회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을 넓혀나간다.

과거에 담지 못한 그때의 환경이나 사람을, 삶의 여정에서 확대시켜 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어느 순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온전히 나의 지경으로 담게 된다.   

 

매 순간, 되도록이면 최선을 다해서,진리 안에서 내 자신을 확대해 나가는 삶.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인생의 손님들로 가슴이 무너지고, 할퀴어지고, 뜯겨지고, 가라앉아도.

삶을 관조하는 나의 방식이 틀리지 않음은,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 반가운 손님으로 여겨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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