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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Thanks to K

 

오랜만에 친구의 블로그에 들렸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전국민이 애용하며 일촌 파도타기 하며 놀던 싸이월드.

 

녀석은 그곳에 블로그를 만들어 꾸준히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올라온 내용들을 보니

 

얼마전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 보라카이에서 놀다온 사진도 포스팅 되어있고,

 

전국을 누비며 카메라에 담은 스냅 사진들로 자신만의 공간을 풍성하게 꾸며놓았다.

 

게다가 귓가에 살포시 내려 앉는듯한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의 BGM은 녀석이 세상을 보는 시선과 맞물려 

 

마치 잘 정리되어 있는 어느 작은 갤러리에 나 혼자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는 느낌을 줄 것 처럼

 

산산이 흩어져있던 마음들을 아름다운 선율에 모으게 한다. 

 

 

친구의 블로그에서 가장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순간은 '작은생각'이라는  폴더에 기록된 그의 글들을 감상할 때이다.

 

고등학교 때 부터 범상치 않은 작문실력으로 매우 까탈스러웠던 문학 선생님으로 부터 칭찬 세례를 받았던 그였는데, 

 

그때부터의 감성과 세상에 대한 관점이 지금은 더욱 무르익어 귓가에 흐르는 BGM처럼 아름다운 선율로 흐른다.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계획하고, 수줍은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도 수채화 같은 글에 담겨있고,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故임윤택 씨를 추모한 글에서는 불꽃같은 삶에 대한 반성과 다짐들이

 

마치, 장례식 장 추도사진 앞의 국화꽃 처럼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 중에서다음과 같은 그의 글이 가슴을 때린다. 

 

희소성은 유한적 전제에서 오는 것인데, 평범한 삶은 그 유한성을 잊게 한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청운의 꿈을 잃어가는 내게 그의 죽음은 너무 낮설었다.

꿈을 잃는다는것은 반드시 목표가 낮아지거나 거대한 포부가 사라지는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솔직해 지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꿈을 잃는 것이다.  

 

 

우린 매 순간 스스로 솔직하게 살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 꿈을 잃는 것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기가 막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더 큰 꿈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던 나 이지만,

 

그렇게 시작했기에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고, 내 삶에 대해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안위했지만,

 

지금 이순간, 나는 정말 내게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늘 나를 비출 수 있는 거울을 마음속에 하나씩 두고 살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PS. 논문과 시험으로 삭막했던 연구실 안에서, 촉촉하게 마음밭을 적셔준 친구K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