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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배움에 대한 단상

대학원에 와서 어느덧 마지막 학기를 앞에 두고 있다.

 

HRD 수업을 제외하고는 교육공학의 기타 수업에서 졸기도 많이 졸고,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탐구 없이 과제를 수행한 적도 많았지만,

다행히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놓은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요즘 논문 주제 선정을 위해 그동안 내가 읽은 글들과 관련 논문들을 탐독해보면

결국 학습의 목적은 인간의 '인간됨'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경험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분석하고 나름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인간이 신의 형상을 닮은 하나의 축복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서 부터 오는 정서를 경험하고,

거기에서 오는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

그리고 그 해석을 통해 이 세상과 삶을 보는 안목과 지각이 확장되는 것.

이러한 과정의 순환이 학습인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학습은 곧 삶이다.

삶은 다양한 관계, 역할, 감정, 상황 등 과의 '마주침'속에서 그 의미가 시기마다 변화한다.

열다섯살 사춘기 시절 생각했던 우정이나 연애의 가치관이

서른살, 마흔살이 되었을 때 그 개념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그 사이, 삶의 다양한 마주침속에서 가치관이 확장되고 관점이 변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니 매순간 학습하며 성장한다.

그것은 인간이기에 누리는 당연한 일상이며 곧 축복이다.

인간이 인간됨을 상실하는 것은 성장의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거나

오히려 퇴보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할 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실을 체험하여 이것이 주는 부정적인 측면을 경험하는 것도 일종의 학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일시적인 상실의 체험에 국한될 뿐, 기한이 없는 지속적인 상실은

정서를 해치고 스스로의 인간됨을 갉아먹게 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학습해야 한다.

아니, 더 본질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간은 학습되어 진다.

삶을 살아가는 한, 정확히 말하면 의식이 본인의 삶의 중심에 놓여있는 한, 인간은 학습되어 진다.

 

중요한 것은  

삶이 곧 학습이라는 섭리을 깨닫고, 그 안에 놓여있는 본인의 의식을 더욱 확장시키려는 의지와 용기이다. 

그리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학습에 대한 무기력증과 귀차니즘을 자각하여

그러한 상황을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는 상실의 시간으로 포기하는 것이 아닌,

배움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여기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인간이 행복을 위해 삶속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자신에게 숨어있던 다양한 모습의 자신과 만나고,

그것을 공동체 속에서 발현하여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