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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고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다 /일상의 단편과 에세이

인생의 소망 열매 기업의 인사팀에서 잠시 근무를 하며 채용과 교육 업무를 해보았다는 이유로, 최근 몇 년간 이맘때쯤 되면 몇몇 후배들이 그들의 진로와 비전 문제에 대해서 내게 상담 신청을 해오곤 한다. 이제 막 스물다섯을 전후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고민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부푼 꿈을 안고 설레임으로 가득 차야 마땅할 미래가 오히려 두려움이 되고 그 과정은 아픔이 되는 것이었다. 매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통적으로 내가 해주고 있는 이야기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 시간들을 통해서 나를 알아야 한다’ 라고 조언을 해준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역시 알 수 없는 미래와 채워지지 않는 현실로 - (약간의.. 더보기
토로 (吐露)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만큼 더욱 날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 생긴다. 늘어만 가는 생각은 누군가와의 만남의 시작조차 어렵게 하고, 스스로를 객관화 시켜 한걸음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작은 행동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요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추구는 삶을 길게 늘어뜨려 생각하는 조금의 여유와 삶의 우선순위를 분별하는 탐탁치 않은 통찰력을 허락해주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보통 생각과 기준대로 따르지 않는 내가 가끔은 별종인가 싶기도 한 의구심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사고의 전환에 따른 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스스로에 대한 삶의 방식과 행동 양식을 바꾸며, 때로는 괴리감으로부터 오는 좌절감과 상처를 안겨주기도 하였고, 그것들이 행여나 나의 현실에 대한 직시성과 삶을 바라보는 이상적인 시.. 더보기
뜻밖의 선물 한밤중에 실수로 들르게 된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하늘은 완벽한 야경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달빛을 품은 바다, 그 빛에 반사되어 까만하늘에 흐드러지는 별빛, 풀과 바다 냄새를 잔뜩 머금은 바람. 그 경관에 완벽하게 취해 별을 한 움큼 잡아보려는 듯 하늘 도화지에 대고 몇번이나 손을 대어 보았다. 여행을 하는 동안 밤에 어디 근사한 야경을 볼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만 했지, 그게 달이 되고 별이 될줄은 몰랐다. 하늘, 달, 별, 바람. 한없이 넓고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자연이 주는 축복앞에 완벽하게 작아지면서 한없는 편안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그것들 처럼, 언제나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해서 카메라 화각밖에 벗어난 배경들처럼 나의 시야와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났었던 선물들.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멋진 .. 더보기
Reflection 어느덧 4월말.. 날카로운 찬바람이 스며들던 날, 고민끝에 내려놓은 사원증. 처음 대학원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여 선배들을 바라보는 낯설지만 부러움 섞인 시선. 유난히도 바람이 많이 불어 얼음이 녹지 않은 중앙도서관 앞 언덕을 조심스럽게 오르내리던 걸음. 첫 발표와 브리핑을 앞두고 실수하지 않으려 몇번이고 입술에서 되내이던 그 시간. 그 모든 처음의 것들이 차츰 추억이라는 서랍장에 정리가 되고, 벚꽃잎이 떨어지며,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신록의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 이번4월은 유난히도 정신없이 달려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제, 발표, 시험, 센터 업무... 주말이면 교회 리더모임과 새가족반 성경공부, 밴드 연습까지... 이제 몇시간 후면, 브리핑과 스터디 발표를 마지막으로 조금은 여유를 되찾을 수.. 더보기
프레임을 바꾸는 학습 방법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그곳에서 존재로서의 진화와 발전을 꾀하는 일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그 동안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하기 위해서 이전에 갖고 있었던 프레임을 철저하게 깨고 부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새로운 프레임이 요구하는 생존 방식과 삶의 체계를 익혀야 하는 탓이다. 학습을 ‘기존의 프레임에서 앎을 통한 새로운 프레임으로의 전환’ 이라고 보았을 때, 그러한 전환의 과정 속에서 학습자는 ‘당연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당연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 자체로 문제를 발생시킨다. 기존에 있던 지구와 태양의 사고관에 대해 의심을 품은 갈릴레이,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 등, 기존의 관습에 낯선 시선을 던진 이들은 .. 더보기
아레테(Arete)를 꿈꾸며 내 나이 여느 또래와 비교해보았을 때에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의 연봉, 이제 막 횟수로 4년차에 들어서면서 조금은 익숙해진 업무와 이제 내게 슬슬 귀찮을 일들을 도맡아 해주는 후배들, 회사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따라 나에게 보내지는 부러움 섞인 시선들… 이러한 것들을 뒤로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학원에 진학을 하였다. 그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소명으로 삼던 일을 하고 있었고, 팀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시기도 적당하게 대리로 승진하여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던, 올해 1월 이었다. 올해 나이 서른하나, 세상은 이야기한다. 이제 직장에서 좀 자리 잡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면 딱 좋을 나이라고. 그렇지만 서른 하나인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나는 세상이 보.. 더보기
색깔론 "넌 니 색깔이 뭐라고 생각해?" 라는 팀장님의 질문에 나는 결국 '아직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평소, 적어도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 있어서 내 나름대로의 철학과 가치관을 확립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나의 생각을 꿰뚫기나 한 듯 명확하게 짚으시는 질문에 그저 머슥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나의 경력이라곤 아직 채 2년이 되지 않은 풋내기이고 홀로 자그마한 모래알을 헤아리다 HR이라는 분야갸 더없이 넓게 펼쳐진 백사장 같은 곳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 업무 스타일이나 성향도 유채색인지 무채색인지 딱히 분간이 되지 않는다. 같은 팀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C대리는 꼼꼼하고 체계적이기로 유명하다. 보고서.. 더보기
'성숙'을 위한 1보 전진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해마다 이맘때쯤 지나간 한 해의 일을 반성하고 지난날 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여 생각해보노라면, 철없던 사춘기 시절 때 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더없이 빨라졌음을 느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변화라기 보다는 변덕 이라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우정과 사랑에 대해서도, 세상의 이치에 있어서도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물 다섯 무렵의 그 시절이었는데 스물 여덟이란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 시간, 나는 오히려 나와 그리고 내 또래의 사람들이 안고 있을 법한 모든 문제와 환경에 대해 나의 생각과 주장을 내세우기가 상당히 버거워진다. 이것은 아무래도 나보다 훨씬 삶에 대한 깊은 경험과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 더보기
고마운 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인사 메일을 돌렸다. 다시 한번 받는 사람의 이름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누구 빠진 사람이 하나 없는지 기억을 되짚는다. 물끄러미 다시 메일 내용을 훑어보다가, 제목을 적는다. '고마운 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나서, 후우 - 길게 한숨을 내쉰 후 보내기 버튼을 살짝 클릭한다. 'Re: 고마운 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 ' 답 메일이 한통, 두통 도착한다. 늘 특유의 시크함으로 까칠하게 굴던 선배, 지난주에 함께 딸기주스를 마신 후배 멀리 창원에서 이젠, 얼굴이 기억날듯 말듯한 동기와 후배들, 모두들 기분좋은 설레임과 추억을 남겨주어 고맙다며, 따뜻한 시선을 건넨다. 특별히 마음을 써준것도 없는데, 이런 따뜻한 마음들을 받자니 괜시리 눈과 볼에 살짝 열이 올라온다. 감사합니다. 좋은 흔적으.. 더보기
애도(愛度)1 1달전. 중학교 때 늘 붙어다니던 친구, 아니, 그저 친구라고 하기엔 녀석에 대한 내 마음속의 거리가 다른 사람과의 거리와 달라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그저 친구라고 하기엔 녀석과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가 퇴색해지는것 같아서 친구라는 말과는 다른 말을 녀석에게 붙여주고 싶을 정도인- 비록 대학 입학 이후 긴시간 연락이 닿지 못했지만 늘상 가슴 한구석에 그 녀석의 존재감을 품고 살았던- 친구 S가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이미 4년전에. 故 서OO 4주기 추모 예배 친구 이름앞에 붙어있는 故라는 한자어가 낯설었다. 화가 났다. 거짓말 같았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친구의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녀석에 대한 애틋함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담담하고 담백하게 풀어낼 수 있으.. 더보기